오토라는 남자를 만든 사람들
제목: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 2023)
개봉일: 2023년 3월 29일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26분
오토라는 남자는 원작의 소설과 스웨덴에서 먼저 제작된 오베라는 남자를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할리우드는 영화의 본고장답게 전 세계 곳곳의 수작들을 리메이크하여 미국판 버전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베라는 남자를 먼저 보았고, 톰 행크스의 오토라는 남자 영화 제목을 보고는 처음엔 다른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나서야 같은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웨덴 원작 영화인 오베라는 남자를 봤던 좋은 기억이 있어 괜히 할리우드의 자본력으로 좋은 원작 영화를 망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 개봉했던 지적 장애 농구팀을 다룬 영화인 “챔피언”도 스페인의 “챔피언”을 리메이크 영화였는데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오토라는 남자 또한 그런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기후는 일어나지 않고, 톰행크스와 조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따스한 감동을 전해주는 리메이크 영화로 재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마크 포스터 감독이 맡았습니다. 그는 네버랜드를 찾아서, 연을 쫓는 아이,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머신건 프리처, 월드워 Z,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등을 만든 유명 감독입니다. 주연배우 톰 행크스는 따로 거론할 필요도 없는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미국의 국민 배우라 할 수 있습니다.
무뚝뚝한 오토, 그에게 따스함이 피어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오토의 성격을 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단지 영화의 첫 쇼핑 장면 하나로 얼마나 오토가 자신만의 생각과 기준 안에서 살아가는지, 그런 모습이 딱딱하게 보여지는가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1미터의 로프 가격이 2달러이고, 자신은 0.5미터만 필요하면 1달러를 계산하면 된다는 아주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이 만든 기준과는 다른 경우가 많아 잦은 충돌이 있습니다. 1미터를 기준으로 판매하는 현대식 쇼핑몰에서는 0.5미터는 단지 기준인 1미터 뿐입니다. 이것은 다른 모든 삶의 영역에서도 로프를 구매할 때와 마찬가지로 오토와 충돌하게 합니다. 전기를 끊으려 하는데 사용하지 않은 6일치 전기료를 포함하여 청구한다는 직원에게 자신의 기준이 어떠한지를 외치며 엄포를 놓는 그의 모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찌하여 오토가 그리 무뚝뚝하고 어찌 보면 쌀쌀맞은 성격을 가졌는지 영화의 전반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그의 새로운 이웃인 마리솔과 토미가 이사를 오게 되고, 주차문제로 애를 먹는 그들을 보며 오토의 눈에 못마땅함이 가득합니다. 결국 운전이 미숙한 토미를 대신해 대리주차를 해 주고 나서야 그의 마음에 맞는 주차상태가 완성됩니다.
오토가 로프를 산 이유는 얼마 전 먼저 간 아내 소냐를 뒤따라가기 위해서입니다. 영화는 소냐가 어떤 사람이고 오토가 왜 생을 마감하면서까지 소냐의 뒤를 따르려 하는지 한 번에 알려주지 않습니다.
새로운 이웃 마리솔은 그런 딱딱하고 무뚝뚝한 오토의 문을 열고 그의 삶에 들어옵니다. 주차해준 것에 감사하여 음식을 선물하고, 공구를 빌립니다. 감사의 표현으로 쿠키를 선물하며 사다리를 빌리고 이렇듯 마리솔과 오토는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갑니다. 오토가 쌀쌀함을 가지고 대하더라도 말이죠.
무뚝뚝함은 그저 성격일 뿐 오토는 자신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요청은 모두 들어주는 츤데레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가진 것을 빌려주고 나눕니다. 거절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표현이 서툽니다.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소냐와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그가 가족 없이 왜 혼자로 남았는지를 영화는 오토와 마리솔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무뚝뚝했던 그는 회상과 마리솔과의 대화를 통해 기차역에서 소냐를 만나 첫눈에 반한 사건, 첫 데이트에서 소냐가 맛있는 많은 음식을 먹도록 하기 위해 자신은 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와 수프만 먹었던 기억, 그리고 소냐가 임신을 하고 처음으로 나이아가라 폭포로 여행을 다녀오던 일, 그리고 큰 버스사고를 만나 아내가 유산을 하게 되고, 반신 불수가 되어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던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마리솔에게 봉인해제 된 오토는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치고, 그녀의 자녀들에게 베이비시터를 해 주는 등 다시금 삶을 계속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오랜 기간 틀어진 관계로 말 못 하고 앉아만 있는 친구와 그 아내를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부동산개발업자의 만행을 폭로하고 결국 끊어졌던 이전 이웃과도 이전처럼 교제하며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심장이 큰 질환으로 군대도 가지 못했던 오토는 그렇게 이웃들과 함께 지내다 눈이 왔음에도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은 것을 발견한 마리솔에 의해 그가 침대에서 편히 생을 마감한 것을 보여주며, 오토의 유언장을 읽어 내려가며 장례와 그의 유산을 주위에 넘겨주며 영화는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오토의 변화가 만들어낸 따스한 위로
오토를 연기한 톰 행크스의 츤데레의 모습이 재밌게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톰 행크스는 무뚝뚝한 오토의 모습에서 점차 주위에 관심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과하기 않지만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너무 잘 표현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많은 의문과 궁금증은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 감동을 더합니다. 낮은 주방 조리대의 이유를 직접적으로 소냐가 서지 못하는 장면이나 휠체어를 탄 모습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지만 사고와 그 이후 앉아만 있는 모습에서 그녀의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는 아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우리에게 그 아픔을 동참하게 하고, 기쁨을 함께 느끼게 하고, 오토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게 하였으며, 그를 기억하는 이웃들이 계속해서 그를 추억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영화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서 더욱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영화라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가족과 이웃 간의 사랑을 돌아볼 수 있는 오토를 보며 깊은 여운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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