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영화 챔피언즈를 만든 사람들
제목: 챔피언즈(Champions(Campeones) 2019)
개봉일: 2019년 2월 7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18분
감독은 하비에르 페서, 주연은 하비에르 구티에레즈, 후안 마르갈로입니다. 이름에서 느끼셨겠듯이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죠? 챔피언즈는 2019년에 개봉한 스페인 영화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스페인 영화를 접할 기회도 적고 낯설기에 흘러나오는 언어 자체도 생소합니다. 하지만 챔피언즈는 개봉 당시 스페인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만큼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영화 챔피언즈를 검색엔진에서 찾아보면 수많은 챔피언 제목의 영화와 노래가 검색됩니다. 어쩌면 제가 소개하려는 이 스페인 영화 챔피언즈를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챔피언 검색으로는 한국 영화 마동석과 친구의 유오성이 주연한 챔피언이란 영화도 우선 검색되고 해외 영화까지 포함하면 수 편의 챔피언 제목의 영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오늘 제가 소개하려는 챔피언은 찾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제목으로도 “챔피언즈”라고 조금은 차이를 두었는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페인 영화, 그리고 일반인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영화 속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주제로 하는 영화이기에 더 접하기 어려웠을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모티브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스페인 챔피언쉽 우승을 자랑하는 지적 장애인 농구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영화가 더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렇듯 챔피언즈는 그 어떤 영화보다 따뜻하고 감동과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챔피언즈 농구팀은 어떤 신체적 조건을 가졌을까?
영화의 시작은 언제나 문제를 가진 주인공의 사고 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마르코는 농구 경기 중 감독과 충돌한 후 결국 코치직에서 해고되는 신세가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홧김에 음주를 한 후 운전하여 집으로 가던 중 경찰차량과 사고를 내고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 담당 판사의 사심 섞인 판결이었을까? 주인공 마르코는 18개월의 결코 짧지 않은 판결을 받게 됩니다. 단, 징역을 피하려면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는 조건을 단 판결이었습니다. 결국 마르코는 사회봉사 명령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회명령은 다름 아닌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다혈질에 불만 가득한 마르코는 어쩔 수 없이 지적 장애인들을 가르칠 체육관에 찾아가게 되고, 찾아간 체육관에서 판사의 전화를 받고는 수업시간을 추가하게 됩니다.
지적장애인 농구팀 팀원들은 마르코가 생각하는 그런 수준의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대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당연히 운동신경과 농구 규칙은 그들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그런 약속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농구 중에 멍을 때리고 하늘만 쳐다보며, 손가락을 다쳐 코치를 찾아 외치고 다니는 친구 등 농구를 함께 하고 팀워크를 요구하기엔 버거워 보이는 팀이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그들에겐 그런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좌충우돌 팀과 함께 훈련을 해가며 마르코도 차츰 그들을 이해하고 하나 되어 갑니다.
중요한 변화는 마르코가 이 지적장애 농구팀을 가르치면서 그 자신이 점차 변해 갑니다. 자신의 문제를 알게 되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며, 그리고 점차 이러한 부족함을 인정하며 변해가게 됩니다. 선수들도 마르코의 가르침 속에서 실력을 늘려 나가고 리그 순위가 계속 상승하여 2위까지 오르게 됩니다. 또한 마르코는 이 좌충우돌 지적장애 농구팀과 함께 하면서, 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서로 충돌하는 부분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아가며 더욱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1위 쟁탈전을 놓고 경기하는 최종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막상막하의 경기가 경기 종료까지 이어지며, 2점 차이로 뒤지고 있는 마르코의 팀이 마지막 3점 슛을 던집니다. 지금까지 연습과 경기 중 한 번도 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선수가 공을 잡아 우리 팀 중앙선을 넘어가더니 뒤로 돌아 상대의 골대로 공을 던진 것입니다. 중앙선 우리 팀 지역에서 던진 공은 잔여 경기 시간을 모두 소비하고 상대편 골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공은 골대에 미치지 못하고 노골이 되며 경기는 끝마치게 됩니다. 반전은 이제부터 일어납니다. 경기가 마치고 나서 두 팀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며 서로를 축하해 줍니다. 마르코의 팀도 경기에서는 졌지만 외로운 1등 보다 행복한 2등이 낫다고 외치며 마르코 주위에 모여듭니다. 일반인들의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정말로 이긴 팀이나 진 팀이나 모두 진정으로 기뻐하는 그런 모습이 그려지며, 서로가 친구가 되어 춤을 추며 기쁨을 누립니다. 경기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우리가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을 보이는지 영화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보여줍니다. 영화는 마치 내가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이 지나치지는 않지만 현실과는 너무나 유사한 모습으로 일반인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발 물러서서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의 모습임을 보게 됩니다. 특별하지 않았던 마르코가 장애를 가진 팀원들과 교감을 통해 그들과 하나가 되었듯이 우리도 선입관의 벽을 거두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며 살 수 있을 것이란 작은 기대를 해 보게 되었습니다.
1등만이 진정한 챔피언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요즘 뉴스와 지면에 많이 오르내립니다. 장애인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빈번했던 나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실제 모습을 영화에 담았다면 어쩌면 관객들은 더 불편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하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부담되지 않는 모습으로, 코미디의 요소를 가미하여 만들어기에 일반인인 우리가 보기에 부담이 없이 재미와 함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즈는 사회적 이슈가 점점 커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던져주는 시사점은 우리를 밟은 방향으로 돌아보게끔 해 줍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장애인을 만나 흠칫 하며 자녀들을 교육하는 것보다 먼저 영화를 통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2등을 하고도 온 팀이 하나 되어 기뻐할 수 있고, 1등한 팀 사람들과도 동일하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챔피언. 그런 챔피언이야 말로 진정한 챔피언 아닐까요?
헐리우드에서 알려주는 보너스 소식
할리우드에서는 세계 각국의 성공작을 선별하여 리메이크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의 올드보이, 최근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오토라는 남자도 그렇게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한 이 스페인 영화 챔피언즈도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 우디 해럴슨이 농구 코치역을 맡아 리메이크를 했습니다. 스페인어가 불편하게 들리신다면 영어로 만들어진 챔피언도 한번 감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